피아노 음악
2007년 9월호
탁영아 피아노 독주회
2007년 8월 13일 금호아트홀
피아니스트 탁영아의 독주회가 8월 13일 금호아트홀에서 펼쳐졌다. 탁영아는 '격정과 우아함의 감동적인 조화'라는 평을 받으며 젊고 신선한 에너지로 국제적으로도 각광받고 있는 연주가이며, 현재 피바디 음대에서 레온 플라이셔의 지도 아래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이날 그녀는 클라멘티의 'Sonata in B-flat Major, Op.24 No.2'와 드뷔시의 '영상', 미국작곡가 제이몬트의 '마법사', 슈만의 '카니발'을 연주했다.
탁영아의 연주회는 다양한 장르 속에서 음악이 나타낼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을 보여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아름답고 맑았으며, 정갈함이 어우러진 각별한 감흥을 남긴 연주였다.
클멘티의 작품은 탁영아라는 피아니스트가 가진 독창성 넘치는 에너지와 개성, 담백하면서도 깔끔한 힘의 세기를 조절하는 놀라운 능력이 얼마나 아름다울 수 있는지를 느끼게 한 연주였다. 극적 긴장감과 화려한 음색, 때로는 투명하고 정갈한 아름다움이 어우러지는 조화가 정말 일품이었다.
드뷔시의 '영상'에서는 질감이 가미된 강렬한 타건과 프랑스적인 우아함이 깃든 감각적인 전개가 인상적이었다. 그녀의 영상은 마치 음들이 살아서 숨쉬는 듯 그 음향과 조형의 균형이 뛰어났고, 부드럽고 미적 감각이 유감없이 전해서 단연 돋보였다.
제이몬트의 '마법사'에서는 환상과 낭만, 황홀함이 안겨주는, 재치있고 때로는 특별한 아름다움의 표출을 실감하고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우아하고 화려한 멜로디와 풍부한 리듬감, 세련된 음감의 유연함이 매우 인상적이었고, 음색의 시원스러움을 바탕으로 한 특별한 시정 또한 기품이 감도는 공연이었다.
슈만의 '카니발'은 완벽한 구성력과 다양한 캐릭터의 이해가 이상적으로 조화를 이룬 가운데, 흥겨운 생명력과 활기에 찬 약동감이 강타를 구사하며 곡 전체를 이끌고 있었다. 표정의 생생함과 자연스러운 음악적 흐름, 전체적으로 매우 다듬어진 세련미가 슈만의 풍부한 감성을 잘 살려냈다.
탁영아는 정교하고 다양한 질감의 음색을 구사하는 피아니스트로, 자신만의 깊은 내면의 세계를 음악으로 이끌어낼 줄 아는 연주자이다. 앞으로의 더욱 활발한 활동을 기대한다.
글 이현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