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춘추
2006년 3월호
최근들어 많은 젊은 음악인들이 국제 무대에서 선전하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 피아니스트 탁영아가 ‘격정과 우아함의 감동적인 조화’라는 평을 들으며 대형 피아니스트로서 세계 음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이에 현재 뉴욕에 거주하며 활발한 연주활동을 펼치고 있는 탁영아와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그가 생각하는 음악세계에 대해 들어보았다.
-‘나는 천상 음악을 해야만 하는구나!’ 라고 느껴지는 순간이 있었는지요?
어떻게 보면 항상 음악과 가까이 지내왔고,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다는 꿈을 막연하게나마 어릴 적부터 가져온 것 같아요. 진로를 정할 때도, 유학을 결심한 때도 모두 음악공부를 위한 것이었지요. 어렸을 적에도 제가 좋아하는 음악, 피아노를 공부하기 위해서라면 어려운 것도, 외로운 것도 모두 견딜 수 있을 것 같았어요. 피아노를 칠 때 진정으로 ‘행복’을 느끼고, 내가 가장 진실 해질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지요.
-자신이 생각하는 음악의 존재와 본질에 대한 견해를 듣고 싶습니다.
음악안에서 가장 기쁘고 눈물을 흘릴 때 진정한 제 자신을 느낍니다. 종종 음악은 제게 진정한 친구이자 말 벗 같다는 생각을해요. 진정한 친구에게 모든 걸 털어놓고 싶고… 음악 안에서 그럴 수 있다는 것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그리고 음악의 본질은 결국 우리의 ‘영혼’을 터치하는 것에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조심스럽게 해봅니다. 음악 안에 세상이 있다고 믿구요. 그 안에 물이 있고, 나무가 있고, 음들이 살아 숨쉬고, 또 기쁨과 슬픔이 있는 것 같아요. 우리는 그 안에서 세상을 배우고 느끼는 것이구요.
-음악관을 형성하는데 주변으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아왔을 텐데요.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깊었던 일이라면요?
우선은 지금까지 너무나 훌륭한 선생님들 밑에서 공부할 수 있었던 것을 행운으로 생각하고 감사히 여기고 있어요. 그분들에 의해서 가장 많은 영향을 받은 것 같구요. 많은 피아니스트들 중에서는 리히터를 참 좋아하는데요. 리히터의 연주와 음반에서 느껴지는 파워, 깊이, 솔직함, 가끔은 눈물날 만큼의 아름다움에 매료되곤 합니다. 또, 2년 동안 참가하면서 정말 너무나 좋은 경험을 하고 배운 시카고 외곽에서 열린 ‘라비니아 음악제’ 에서의 시간들도 제게 한층 더 성숙한 음악인이 되도록 도와준 것이었던 것 같아요. 세계적인 거장들과 공부하고 연주하면서 참 낳이 배웠고 영감을 얻었지요. 그리고 독주뿐만 아니라 제가 좋아하는 실내악을 마음껏 연주할 수 있어서 정말 좋았어요. 실내악을 연주하며 다른 연주자들과 무대에서 나누는 교감은 정말 매력 있는 것이죠.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최근에 Judith Zaimont의 ‘Wizards’(2003)를 녹음하면서 작곡가의 직접적인 교류를 통해서 많은 것을 깨닫고 배웠습니다. 제가 연주한 곡이 수록된 앨범 는 Albany Records사에서 작년 11월에 출시되었답니다.
-앞으로 어떤 연주자가 되고자 하며, 또 이를 위해 남들과는 조금 다른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부분이 있다면서요?
진실된 ‘나’를 보여줄 수 있고 표현할 수 있는 연주, 그래서 가슴으로 통할 수 있는 감동이 있는 연주를 하고 싶습니다. 음악가들은 음악을 통해서 자신을 표현하기 때문에 연주할 때 그 사람의 인격, 성격이 들어난다고 믿는데요. 그러므로 항상 저는 제 자신을 더 발전시키기 위해서 노력합니다. 그리고 음악가라고 해서 음악에만 관심을 가지고 배우는 사람이 아닌 예술전반과 문학, 역사, 사회 등 넓은 시야를 가지고 항상 노력하는, 다양함을 표현할 수 있는 음악가가 되려고 합니다.
-2006년도에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시카고 ‘Myra Hess Concert Series’와 뉴욕 ‘Music at St.Paul’ 에서의 초청 독주회, 보스톤 근교인 Newton과 Texas, South Carolina에서의 연주가 계획되어 있습니다.
음악춘추 2006년 3월호, 최영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