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신문
2002년 7월 1일
2002년 6월 28일 부산문화회관 대강당
피아니스트 탁영아씨는 음악적 굴곡이 산재한 라흐마니노프의 ‘협주곡 제 2번’을 아름답게 다듬어 냈다. 1 악장에서 그녀는 거대한 오케스트라와 맞서 대담하게 음악을 펼쳤다. 구름 속에 사라졌다가 다시금 솟구쳐 오르는 햇살과도 같이 반복되는 피아노의 에너지는 어느 지향점을 향한 분명한 방향감이 있었고 그로 인한 음악적 구축력이 돋보였다.
1악장이 지적이었다면 2악장은 감성적 낭만의 극치로 이끌어낸 연주였다. 피아노의 아름다운 선율을 온몸으로 감싸 안으며 다시금 가슴으로부터 일렁이는 감정을 건반으로 밀어내었다. 오케스트라와는 적절한 균형감을 유지했고, 목관과의 주고받는 대화는 생생하였다. 밤하늘의 별을 보며 순수한 꿈을 그려보는 소녀의 아름다움처럼 아름다운 음악이 있어 황홀한 밤이었다.
피아노의 제스처가 넓은 음공간을 휘저으며 펼쳐지는 3악장에서는 대담함과 분명함이 있었다. 악상과 음형의 급격한 전환을 세련되게 엮어내며 빈틈없는 리듬과 양감있는 톤으로 분출과 적막함을 잘 다스려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