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anist Young-Ah T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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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CERT REVIEW: 탁영아 피아노 독주회

International Piano
8월 13일 금호아트홀

클레멘티 <소나타 2번 op.24>, 드뷔시 <영상>, 주디스 자이몬트 <마법사들>, 슈만 <카니발>
<카니발>

젊고 패기 넘치는 풋풋한 피아니스트의 연주를 듣는 것은 언제나 큰 즐거움이다. 모든 레퍼토리를 접함에 있어 늘 진지하고 좀 더 높고 좀 더 넓은 가능성을 꿈꾸며 도전하는 연주는 에너지와 생명력이 넘치기 때문에 듣는 사람에게도 긍정적 영향을 끼친다. 피아니스트 탁영아의 연주가 그랬고, 그의 도전 정신과 젊음은 열대야가 기승을 부리는 여름밤에 시원한 소나기와 같은 청량감을 주었다.

서울예고 재학 중 도미한 탁영아가 부단히 노력한 흔적은 화려한 경력이 충분히 말해 주고 있고, 그 경력을 다시 확인시켜 주는 탁월한 연주력은 그의 미래가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음을 증명한다. 현재 피바디 음악원에서 박사과정을 수학 중인 탁영아가 고른 레퍼토리는 아카데믹한 면에서 매우 균형 있는 선곡으로 음악에 대한 열정과 진지함을 고스란히 전달해주었다.

첫 곡으로 연주한 클레멘티 <소타나 2번, Op.24>는 맑은 소리와 함께 고전시대의 피아노 기교의 선두에 섰던 작곡가의 매력을 그대로 살린 명쾌한 연주였다. 절제된 페달링에서는 음향의 울림보다는 소리의 투명함을 통해 음악을 표현하려는 의지를 엿볼 수 있게 했는데, 클레멘티의 해석으로 아주 적절했다.

클레멘티 소나타와는 시대적으로나 음악의 해석 면에서 정 반대편에 있는 드뷔시 <영상 1권>을 두 번째 곡으로 연주한 것도 탁영아의 감각과 센스를 짐작하게 했다. 손가락이 만들어내는 영롱한 소리에 중점을 둔 클레멘티와 밤과 낮으로 대조되는 드뷔시의 작품은 음향의 울림을 통해 내면을 표현해야 하는 곳으로 전혀 다른 테크닉과 감흥을 필요로 한다.
모델이 옷에 따라 표정을 달리하듯 작품이 가진 특성과 성격에 따라 적절한 기교와 소리를 구사하는 것은 피아니스트 탁영아가 좋은 음악을 만들어내기 위해 진지한 노력을 아끼지 않는 연주자임을 느끼게 했다. 여러가지 다양한 소리의 변화에 민감한 섬세함과 필요할 때는 폭 넓고 풍성한 소리를 위해 온몸을 사용하는 대범함도 탁영아가 가진 장점이다. 다만 가끔 음들이 가지고 있는 상호간의 관계를 간과한 힘의 불균형이 있긴 했으나, 전체적으로 작품이 가진 분위기와 느낌을 아름답게 표현한 세련된 연주였다.

1부 마지막 곡으로는 미국의 여류 작곡가인 주디스 제이몬트가 2003년에 작곡한 <마법사들>을 선택했다. 이 작품을 위촉한 2003년 산 안토니오 국제 콩쿠르에서 2위에 입상한 인연으로 인해 더욱 설득력 있는 연주를 들려주었다. 세 파트로 나누어진 <마법사들>은 마법의 여러 현상들을 소리로 표현해내는 탁영아의 음악적 상상력의 결과로 현대곡이지만 친근하게 청중에게 다가갔다.

2부는 슈만 <카니발>로 채워졌는데 진지하고 학구적인 슈만이 표출되었다. 연주 시간 30분을 넘나드는 이 작품은 남다른 집중력과 에너지가 필요한 작품이지만, 시종일관 여유로운 당당함으로 일관된 호연이었다. 피아노 문헌 중 연주자를 긴장하게 하는 대곡이지만 탁영아는 지치지 않는 에너지와 탄탄한 테크닉으로 거침없고 시원하게 연주했다. 20곡에 나타나는 각기 다른 인물들이 좀 더 리얼하게 묘사되고 작품 곳곳에 나타나는 느닷없는 유머가 좀 더 자유롭게 표현되었더라면 더 진한 감정이 전달되었을 것이다. 음악 속에서 진정한 자신을 표현할 줄 아는 피아니스트 탁영아가 세월 속에서 더욱 빛을 발하며 향기 나는 아티스트로서 성공적 행보를 계속하기를 기대한다.

글 최현숙(침례신학대 교수)